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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를 찾아서 - 책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권 덴마크>

by BANSOOK 2020. 3. 9.

 

제목: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권 덴마크

저자: 김재훈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 2019년 2월

별점: ★★☆

저스툰코미코에서 연재중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삽니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도 잘 모릅니다. 

UN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한국은 50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등은 과연 어느 나라인지 궁금해집니다.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핀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가 사이좋게 1,2,3위를 업치락 뒤치락하고 있습니다.

2019년 UN세계행복보고서

 

작년부터인가 우리나라에 생소한 단어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휘게'입니다. 뭔가 단어 자체에서 유럽 냄새가 나는 이 단어는 얼마 전에서부터 인가 슬슬 쓰이더니 카페 같은 곳이나 SNS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는데 이 '휘게'라는 단어가 바로 덴마크 말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 되면 우리는 덴마크란 나라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덴마크는 어떤 나라이길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며 전혀 생소한 '휘게'라는 단어까지 우리나라에 유입이 되었는지 말입니다. 그럼 이제 (연도마다 다르긴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로 우리를 여행시켜줄 재미있는 교양만화 1권을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만화의 내용에서 정보적인 측면만을 요약정리하였으므로 스토리의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줄거리

한국의 기업 서열 1위 장미 그룹의 회장 장석대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제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미션을 3곳의 컨설팅 연구소에 제시합니다. 자신을 설득시킬만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연구소에게는 막대한 보상금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각 연구소의 스태프들은 막대한 보상금을 꿈꾸며 서로 자신들만의 관점으로 덴마크의 보고서를 쓰기 위해 덴마크로 향합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또 다른 목적들을 갖고서 말이죠.

 

출처: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메인페이지(https://www.justoon.co.kr/content/home/0ahh2iye96d0)

 

 

덴마크???

다들 이름은 들어보셨지만 덴마크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응, 그거 아니야

덴마크는 노르웨이, 스웬덴과 더불어 스칸디나비아 3국 중의 하나로 앞서 설명하였듯이 세계 행복지수 1,2위를 다투는 나라입니다. 국토면적은 한국의 절반 정도이고 인구는 5백만, 1인당 GDP는 5만 5천 달러입니다. (한국은 3만 달러가 조금 안됩니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또한 레고, 동화작가 안데르센, 칼스버그 맥주, 음향기기 뱅앤올룹슨처럼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많은 것들이 덴마크의 것들이라고도 합니다.

 

휘게???

덴마크의 행복을 표현하는 말로 '휘게(Hygge)만한게 없다고 하지만 정작 덴마크인들도 휘게라는 단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휘게의 뜻은 '편안함', '안락함', '즐거움'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쉽게 우리나라의 '행복'이라는 단어와 비교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을 느끼는 기준과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덴마크의 행복연구소에서는 <휘게 십계명>이라는 것도 있어서 이것을 보면 덴마크인의 휘게 가 어떤 느낌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1. 분위기-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2. 지금 이 순간-현재에 충실한다. 휴대전화를 끈다.
3. 달콤한 음식-커피, 초콜릿, 케이크, 사탕 등은 마음을 즐겁게 한다.
4. 평등-나보다는 우리. 뭔가를 함께하거나 TV를 같이 시청한다.
5. 감사-만끽하라.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일지도 모른다.
6. 조화-우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이 무엇을 성취했든 뽐낼 필요가 없다.
7. 편안함-편안함을 느끼면서 휴식을 취한다. 긴장을 풀고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8. 휴전-감정 소모는 그만. 정치에 관해서라면 나중에 이야기한다.
9. 화목-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를 다져보자.
10. 보금자리-이곳은 당신의 세계다.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책에서는 이를 종합하면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달콤한 것을 먹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들이 원하는 휘게란 그리 거창한 게 아닌 일상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들로 '행복'이라는 거창하고 추상적인 말보다는 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얀테의 법칙???

북유럽 지방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 법칙은 악셀 산데모제가 쓴 소설에 나오는 얀테라는 가상의 마을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찌 보면 섬뜻해보이기도 하는 이 법칙들은 북유럽 사람들의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바로 공평과 평등입니다. 경쟁하지 않고 튀지 않고 돋보이지 않는 이러한 사고방식은 '너는 특별하다'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의 가치와는 정반대 되는 개념으로 어찌 보면 공산주의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치들을 보면 개성이 말살될 수도 있다고 보이나 그건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개성도 있고 그것을 존중하되 뽐내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거대한 전제를 위한 것입니다.

 

 

학교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 그룬트비-

경쟁을 하지 않는 모토대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으며 그 이후에도 시험은 치르지만 등수는 매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보다 모든 아이들의 꿈과 자립을 돕는 것이 교육의 목표로 학교도 학습 진도나 성과를 고르게 맞춰서 못 따라잡는 학생이 안 생기도록 한다고 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폴커스콜러>라는 9~10년간의 의무교육기간이 있는데 이 의무라는 의미가 '국민이 당연히 행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 '국가가 해야 하는 의무'라는 것입니다. 교육을 받으려는 국민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 학비는 무료로 생활비까지 나라에서 대주지만 4년제 대학을 가는 학생은 4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폴로스콜러라는 초등교육기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애프터스콜러라는 1년간 휴식을 하고 아이들은 이 기간 동안 여행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거나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갑니다. 대학 진학을 위한 고등학교를 가기도 하고 취업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국가차원에서 가장 예민할 시기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시간을 준다는 것 발상 자체가 무척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요. 

 

 

먹고사는 문제는 나라가 해결한다

덴마크에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라는 말이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부당한 경우가 아니면 고용주는 노동자를 언제든 해고할 수 있습니다. (유연)

반면, 노동자는 직장에서 잘려도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국가가 도와주며 수당을 지급합니다. (안정)

고용인은 유연성을 보장받기에 높은 세금을 당연하게 여기고 노동자들은 실직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생계문제에서 자유롭기에 사람들은 여유가 있으며 실직이 되어도 낙오자가 아닌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습니다. 의료비 역시 기본적으로 모두 무상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나라가 해결해주는 겁니다.

 

 

세금이 저축보다 안전하다

교육부터 취업, 의료까지 대부분의 문제를 국가에서 해결해주는 이러한 복지가 가능한 것은 바로 조세제도 때문입니다.

덴마크의 조세부담률은 40% 후반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인데요, 특이한 것은 덴마크 국민들이 이러한 조세제도에 매우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26%

덴마크는 CIP(국가별 부패인식지수)가 10년 동안 세계 1위인 나라로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돌려받는다는 의식이 있기에 자신은 물론 다음 세대도 이러한 조세제도 속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세금이 저축보다 안전하다고 얘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저축을 한다 해도 학교를 짓거나 병원을 세우고 내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지 못하지만 세금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번 돈으로 남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를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한 번도 세금을 저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국민을 포기하지 않는 국가

책은 덴마크의 장점으로 보이는 이야기들을 주욱 늘어놓고 있기 때문에 마치 덴마크는 완벽하고 천국 같은 나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물론 덴마크에도 부정적인 부분들은 존재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영광의 이면에는 '세계에서 가장 항우울제를 많이 처방하는 나라'의 모습도 있습니다. 이혼율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이고, 높은 세금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덴마크 국민들도 나름대로의 고충들이 있을 것입니다.

 

행복이란 수치상으로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닌 주관적인 요소들이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는 개념입니다. 그렇기에 세계행복지수 1위라는 트로피는 모든 가치에서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 정서, 역사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 다 다르기 때문이죠. 덴마크의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들여온다 해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주관적 요소들을 제외한 국가와 국민의 신뢰관계, 교육의 목표와 문화, 사회적인 시스템과 그 안에 깊게 뿌리 박힌 공동체 의식을 보며 '국민을 포기하지 않는 국가'라는 한번쯤 생각해보고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판 먼 나라 이웃나라

이 만화가 취하고 있는 방식은 지금은 아주 고전이 된 <먼 나라 이웃나라>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시대가 변한 만큼 전달 방식과 표현방식이 세련되어진 느낌입니다. 스타일리시하고 현대적인 그림체도 만화를 보는 재미를 북돋워주었습니다.

단순히 교양만화, 교육만화라는 틀을 넘어서 캐릭터에 각자 나름대로의 사연과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캐릭터성을 드러내고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만화로서의 재미도, 교양만화로서의 목적도 훌륭히 달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 한 명의 관점이 아닌 각기 성향이 다른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그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자칫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견해를 그나마 중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차피 작가는 한 분이겠지만)

 

그리고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그 나라의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을 통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는 것입니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답에 이르게 하는 과정과 주제를 던진다는 점이 만화지만 철학책 못지않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현재 어메이징 디스커버리는 2권 부탄, 3권 독일 편까지 출판되어 있으며 저스툰코미코에서 캐나다 편이 연재 중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2권과 3권의 내용도 다루어보기로 하고 저는 4권의 출시일을 즐겁게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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