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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누구나 가슴 속에 묻은 사표 한 장 -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by BANSOOK 2020. 2. 1.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개봉 2017 일본

별점: 

 

이 글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요즘 회사가 좀 바쁩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라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을 만큼 바쁘게 살고 있는데요. 누구나 이럴 때 회사를 그만둬볼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하게 되죠. 하지만 먹고 살 걱정이 앞서 우리는 모두 가슴 속의 사표를 묻어둡니다.

그래서 일까요. 우리는 '그만두다'라는 말에 그렇게 끌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두는 법을 잊어버렸으니까요.

 


내일 같은 건 안 와도 돼

주인공은 장기간 취업난을 겪다 힘들게 한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적은 없고 상사에게는 욕만 먹는 나날이 계속 됩니다. 고향에서 포도농사를 하는 부모님의 전화도 귀찮고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혼자사는 조그만 방에는 쓰레기만 쌓여가며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이런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가지지 못합니다.

 

야근을 끝내고 피곤에 쌓여 전철로 귀가하던 어느 날, 다가오는 전철을 보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순간 피곤에 의식을 읽으며 철도로 쓰러지는 찰나 한 청년이 나타나 주인공을 구해줍니다.

청년은 엄청난 사투리로 오랜만이라며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기억에는 이런 동창이 없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합니다.

 

그 이후로 야마모토는 주인공의 주변을 맴돌며 주인공을 격려해주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같이 즐거운 시간들을 보냅니다. 워낙 밝은 성격의 야마모토였기에 주인공 역시 감화되어 가며 그 전에는 없던 일상의 생기를 되찾아 가게 됩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생기를 찾아가던 주인공은 거래처와의 계약이 잘 성사되어가는 찰나 중요한 실수를 하게 되어 계약을 날려버리게 되고 그 이후로 상사에게 찍혀 갖은 수모를 겪게 됩니다.

 

영화에서 '죄송합니다'는 주인공이 가장 많이 하는 대사입니다. 실수를 해서 죄송하고 상사의 화를 돋구어 사무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서 죄송하고 선배가 도와줘서 죄송하고 하여튼 계속 죄송해합니다. 태어난 것 자체가 죄송한 사람인 것처럼 계속 죄송해합니다.

 

계속되는 상사의 폭언과 선배의 무시 속에서 주인공은 점점 패닉상태로 빠지게 됩니다. 야마모토와의 만남 이후로 갖게 된 생기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다시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오지만 계속되는 상사의 폭언과 믿었던 선배에게도 무시를 당하자 주인공은 결국 안 좋은 마음을 먹고 옥상으로 올라가지만 그 때 야마모토가 주인공을 찾아옵니다.

 

 

낯뜨겁지만 당연하고 중요한 말들

영화의 완성도 자체는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스토리가 뛰어난 것도 아니며 대단한 내용도 없습니다. 주인공의 성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암을 유발할 정도로 답답하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악역을 맡은 회사 상사 역시 어색하고 인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주인공을 격하게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재미있게 본 영화는 아닙니다.

 

일본영화들을 보면 평상시에는 잘 사용하지 않을 법한 낯뜨거운 대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낯뜨겁지만 당연한 이야기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우리들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입 밖에 내지 않는 이 말들이 손발은 오글거릴지라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불과 3일 전까지 이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조차도 내일부터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그만둔다는 것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해피엔딩은 주인공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회사를 그만둔 주인공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뛰며 거리를 뛰어다니고 야마모토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퇴사를 권장하는 그런 내용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사를 그만두느냐 마느냐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저는 이제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저의 상황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법을 알게 되었거든요.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분명 신중히 고민해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될 일도 아니죠.

단지, 우리는 용기가 없어서 그만둔다는 선택지를 아예 제거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두든, 안 그만두든 자신에게 충실한 인생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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