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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에 모양이 있나요? -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by BANSOOK 2020. 2. 1.

<셰이프 오브 워터>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옥타비아 스펜서, 마이클 스털버그, 더그 존스

개봉: 2017 미국

별점: ★

 

저는 멜로와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시니컬하고 퇴폐적인 내용보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내용과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그런 느낌이 좋아서입니다.

이 영화 역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포스터와 제목이 주는 느낌만으로 선택한 흔하디흔한 로맨스 드라마 장르라고 생각하여 한 번 봐야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에서 문득 문자가 한 통이 왔습니다.

무뚝뚝하던 친구 놈이 거의 협박조로 이 영화를 보라고 하기에 어차피 보려고 생각했던 거 친구 놈이 추천까지 하니 자신 있게 여자친구에게 말해 서둘러 예매를 하고 극장으로 향했는데...


 

줄거리의 모양

 

때는 1960? 1970년으로 예상되는 냉전시대의 미국의 볼티모어란 지역이 무대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 여성 엘라이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연구기관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희귀한 생명체가 연구소로 오게 됩니다.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전혀 다른 생물인 '그'는 실험실에서 온갖 학대를 받게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와 접촉한 엘라이자는 관리자 몰래 '그'에게 달걀을 주기도 하고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며 교감을 해가며 자신처럼 말을 못하는 생명체인 '그'에게 호기심 이상의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소련과의 병기 연구 경쟁에 한참이던 미국은 결국 그 생명체를 해부하기로 결정을 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엘라이자는 자신의 직장동료인 젤다, 옆방 친구 자일스, 그리고 생명체에 연민을 느끼던 박사 디미트리와 함께 '그'를 연구소에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장르의 모양

저는 이 영화에 대해 아무 사전 정보를 접하지 않고 보았습니다. 감독이 누구인지, 배우가 누구인지, 줄거리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를 못하고 봤어요. 대충 제목으로만 멜로나 로맨스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에 제 취향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영화 중반부까지는 어두운 톤의 화면에 음산한 분위기로 진행이 되고 흉측하게(?) 생긴 괴생명체와 몇몇 잔인한 장면들, 놀람을 유발하는 연출들 때문에 거의 스릴러 느낌으로 진행이 됩니다. 실제로 깜짝깜짝 놀라며 봤어요.

 

<내 사랑> 샐리 호킨스, <히든 피겨스>의 옥타비아 스펜서, <맨 오브 스틸>의 마이클 섀넌까지 유명한 연기파 배우들이 나오기에 안정적인 연기를 보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이클 섀넌이 연기하는 스트릭랜드라는 역할은 그가 화면에 나오기만 해도 숨이 막힐 만큼 긴장감을 선사했습니다.

 

중반부 이후로는 엘라이자와 괴생명체인 '그'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멜로의 형태를 띠어가기는 하였지만 전형적인 멜로와는 거리가 멀고 이질감이 강하여 저는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였습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의 모양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그리 좋게 보지 못했습니다. 주인공 엘라이자의 감정선을 쫓아가는데 실패했거든요. 왜 그녀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탈출을 시킬 정도까지 그에게 감정을 가졌는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엘라이자처럼 장애인도 아니고 남성이어서 그랬던 것일까요?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부족해서였던 걸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양서류와 파충류에 대한 혐오감이 있습니다. 미끈거리고 비늘이 있는 생물을 싫어해서 생선이나 개구리는 만지지도 못하죠. 그런 저에게 양서류 인간이란 설정은 아무리 아름다운 스토리를 갖다 붙인다 하더라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다 엘라이자는 그와 사랑을 하고 섹스까지 합니다. 국경도, 인종도, 성도 초월한 사랑이라면 받아들였겠지만 종까지 초월을 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영화 <곡성>처럼 등장인물들의 설정, 대사, 행동 등에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해석들은 저보다 훨씬 자세히 다른 다른 후기들이 있기에 그쪽을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을 이해하는데 그러한 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상징과 의미들이 저의 개인적인 취향을 넘어서지는 못했네요.

이 영화를 보고 알게 된 것은 저의 한계였습니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종이 다르기 때문에 저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선의 한계 말입니다.

 

<미녀와 야수>에서의 두 사람의 사랑은 야수가 원래 인간이었고 인간으로 돌아갔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진짜 인간이 아닌 야수와 인간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저는 원한지 않습니다.

<킹콩>에서의 킹콩의 사랑도 킹콩의 짝사랑일 뿐입니다. 킹콩의 여주인공도 연민이나 동정을 느꼈을지언정 킹콩을 이성으로서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섹스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그리고 사랑의 모양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도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간단한 몸짓과 눈빛으로 교감했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사랑'입니다. 

결국 우리가 사랑이라 인지하는 것들은 결국 '인간'이라는 그릇에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물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이 물이 담기는 그릇인 것처럼 사랑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 역시 우리가 가진 생각과 시선일 것입니다. 언제나 사랑은 인간과 인간끼리의 전유물이라 생각해왔으니까요. 이 영화는 그렇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사랑의 모양을 깨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영화의 결말은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엘라이자의 친구였던 자일스가 읊어주는 시로 짐작만 할 뿐이죠.

 

 

그대의 모양 무엇인지 알 수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 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비록 제가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보지는 못했지만 저 같은 사람이 함부로 깎아내릴만한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모양은 어떠한 모양인지, 그리고 타인의 사랑의 모양은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그 모든 모양이 모두 사랑임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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