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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간이 어긋난 연인들의 이야기 -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by BANSOOK 2020. 2. 1.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후쿠시 소우타, 고마츠 나나

개봉: 2016 일본

별점:

 

 

일본에는 이런 서술형 문장의 제목이 많죠.

"그때는 그에게 안부를 전해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같이 말입니다.

제목을 보고 시간이나 기억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다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법이 조금 특이하죠.

동명의 일본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일본에서 흥행을 거친 뒤 국내에 개봉을 했는데 일본 영화치고는 국내에서도 호평이 많아 한 번은 봐야지 했던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영화 커뮤니티 <왓차>에서도 호의적인 덧글이 많아 최근에 정말 좋았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같은 느낌을 기대하며 시청을 했는데요.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쑥맥남의 헌팅

어리바리하고 쑥맥 미대생인 남자 주인공은 전철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 첫눈에 반합니다

 

딱 봐도 쑥맥이네
나는 한다 헌팅을

그리고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헌팅을 시도합니다. 첫눈에 반했다며 연락처를 달라고 하지만 여자는 휴대폰이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거절의 뜻인 줄 알고 돌아서는 남자에게 여자는 붙잡으며 그런 게 아니라 정말 휴대폰이 없는 거라고 하죠. 그렇게 둘은 전철역에 내려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뭔가 잘 돼가는 느낌을 풍깁니다.

 

내가 헌팅을 성공하다니...

그렇게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지는데 여자는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립니다. 놀라는 남자. 하지만 여자는 이내 웃으며 꼭 다시 만나자며 자리를 떠납니다.

 

쑥맥 극혐
내가 그렇지...

그리고 다음 날, 남자는 여자를 만나려 다시 전철을 탔지만 여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숨을 쉬며 근처 동물원에 가서 스케치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여자가 등 뒤에서 나타납니다.

 

만날 약속도 장소도 정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있는 곳에 나타난 여자를 보며 놀라지만 여자는 어제 여기서 그림 그릴거라고 남자가 얘기했다고 하지만 남자는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첫눈에 반한 여자가 알아서 나타나줬는데 남자 입장에서는 땡큐죠. 그렇게 우연한 만남으로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남자는 5살 때 이 근처 호수에 빠져서 죽을 뻔했는데 어떤 여자가 구해줬다는 이야기를 하고 여자는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습니다.

 

이 정도면 복선이 아니라 대놓고 설명

 

그리고 그날 밤,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의 조언을 받으며 여자에게 전화를 걸고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합니다. 

 

그래..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첫 데이트에서 연애까지

그렇게 힘겹게 쟁취해낸 첫 데이트가 다가오고 남자는 데이트 장소 답사까지 다녀오며 정성 들여 준비한 탓에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밤이 되고 야경이 이쁜 공원에서 여자도 남자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에 남자는 용기를 내 여자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합니다. 여자는 싱긋 웃더니 쉽게 승낙을 합니다. 자신은 엄청 잘 운다는 묘한 말과 함께.

 

지금 고백을 안하면 병신이야...
잡았다 요놈

 

나 엄청 잘 울어

남자와 여자는 즐겁게 연애를 합니다. 친구들도 함께 만나고 남자의 집에 놀라가 같이 요리도 하고 영화도 보고 사랑도 나눕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자는 빈번히 눈물을 흘립니다. 아무리 잘 운다고 해도 우는 포인트가 너무 생뚱맞아 이상하지만 남자는 그냥 감수성이 풍부한가 보다 합니다. 

 

맞아 울려고 그러는거야

 

사랑을 나눈 다음 날 여자는 떠나고 없습니다. 남자는 집에 떨어뜨리고 간 여자의 다이어리를 보게 되는데 다이어리에는 평범한 일상들이 쓰여있는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날짜가 모두 오늘이 아닌 앞으로의 날들이라는 겁니다.

 

글씨도 이쁘네...
내 여자친구가 숫자를 못세다니...

 

곧 여자의 전화가 오고 다이어리를 봤냐는 말에 남자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자 여자는 내일 만나서 모든 걸 이야기해주겠다고 합니다. 

 

수업을 시작하지

학교 강의실에서 만난 여자는 사실 자신은 남자와 다른 시간 속의 살고 있고 자신의 시간과 남자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즉, 남자의 미래가 자신에겐 과거이고 자신의 미래는 남자에게 과거라는 이야기라는 거죠. 앞에서 말한 5살 때 남자의 생명을 구해준 여자는 바로 35살의 나라며 시간이 지나 남자와 여자는 둘 다 20살인 채로 만나게 된 거라며 미대생인 남자친구에게 상대성이론 물리수업을 시전합니다.

어쨌든 남자를 만난 시점에서 여자는 어제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남자의 어제가 여자에게는 내일이기 때문이죠.

아놔 나 미대생인데...
이게 뭔 개소리야?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여자와의 데이트가 괴롭습니다. 이미 무슨 일이 있을지 다 알고 그것을 연기하는 여자의 모습이 위선적이라 느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자 입장이 바뀌어 여자와 남자의 시간이 역전이 되는 순간이 옵니다. 남자의 과거가 여자에게 미래가 되는 순간 말입니다.

 

나에게는 처음, 너에게는 마지막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제 자신과 있었던 일을 잊어가는 여자를 보며 남자와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때의 여자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게 됩니다. 그녀가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자신에게는 첫 데이트, 첫 키스이었던 모든 것들이 여자의 입장에서는 모두 마지막인 순간들이었던 거죠.

 

언제나 깨달음은 늦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를 계속 쓰다 보니 영화가 무척 재미있게 보이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이 영화를 너무 재미없게 보았습니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툭하면 나오는 일본 영화 특유의 낯 뜨거운 대사와 명언 만들기. 실제로 저런 대사를 하면 얼마나 손발이 파괴될까 싶은 말들이 난무하기에 항마력이 딸린 분들이 보면 모니터를 부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관련된 이야기인 만큼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암시하는 복선이나 연출로 극복했다면 좀 더 후반부가 극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원작인 책으로 보았다면 더 나았을까요.

하지만 영화 3분의 2가 지나가는 지점이 되면 모든 걸 받아들이려는 남자의 태도와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두 남녀의 사랑은 참으로 보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여자의 시점으로 시간이 흘러감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감동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후반부가 없었다면 이렇게 후기를 남길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다 아니까 재미없을 거 아냐

제가 줄거리를 꽤 많이 써서 이거면 영화 거의 다 본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스포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아니, 영화 자체가 스포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여자 주인공이 초반에 친절히 설명을 해주거든요. 이 영화는 어떤 중요한 지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 그냥 그 흘러가는 흐름을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렇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안다면 너는 전혀 즐겁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도 즐거운 건 즐거운 거야"

 

결코 저에게는 좋고 재미있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이 괜찮게 봤다고 하는 후기를 보면 대중적으로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저와 다른 감상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자, 어서 말을 걸어.
다시 시작

P.S 엔딩곡은 좋은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m_a9UcW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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