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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은 무엇입니까? - 영화 <원더풀 라이프>

by BANSOOK 2020. 2. 1.

<원더풀 라이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이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테라지마 스스무

개봉: 1998 일본

별점: ★☆

 

 

요즘 재개봉하는 영화 위주로 관람을 다닙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신작보다는 재개봉이라는 이름으로 검증받은 작품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래도 많은 재개봉 영화 중에서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과 예쁜 여주인공 때문이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매우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등의 작품들을 매우 좋게 본 기억이 있어서 왠지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실패는 안 하겠다는 믿음이 생겨 상영이 끝나기 전에 재빨리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죽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어딘가의 있는 조그마한 사무소. 직원들이 모이고 부장급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침조회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하나둘 모이는 사람들. 남자, 여자, 노인, 젊은이, 고등학생 등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모이고 직원들은 모인 사람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당신의 인생 중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 하나를 선택해주세요"

이 사무소는 사후세계의 사무소로 죽은 사람들을 맞이하여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을 영상으로 재현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죽은 사람들은 각자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자신의 가장 소중한 추억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답변도 가지각색입니다.

디즈니랜드에 친구들과 놀러 갔던 기억, 

수많은 여자들과 놀아나던 기억, 

첫사랑을 만난 기억,

그리고 소중한 기억따위는 없다며 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사람들이 자신의 지난 과거들을 주욱 풀어놓으며 진행됩니다. 장면의 연출이나 사람들의 얘기나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데 '과연 저 사람의 가장 소중한 추억은 뭘까? 무엇을 고를까?" 하는 호기심에 왠지 집중하며 보게 됩니다. 그리고 직원들 역시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3일간의 유예를 받은 뒤 죽은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수많은 추억 중에 하나를 고르게 됩니다. 그들이 고른 추억은 대부분 어떤 특별한 기억이 아닌 평범한 일상의 편린 중 하나였습니다. 

 

 

독립추억 제작소

추억이 결정되자 직원들은 세세한 자료조사를 하며 그 추억을 재현하기 위해 분주히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 시절의 전철 소리를 담은 테이프를 구해오기도 하고 어설프게 장소를 재현한 세트장을 만들기도 하고 연기자를 구해와서 연기 연습을 시키는 모습들이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드는 모습 같아서 왠지 정감이 갔습니다. 사후세계여도 예산이 넉넉하게 나오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질문에 답하라

영화평 중에 인상 깊었던 평이 하나 있었습니다.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내 과거를 돌아보느라..."

정말 저 말대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던져지자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은 무엇이었는지 더듬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추억이 가장 소중한 걸까 하며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합니다. 일본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영화는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흔한 BGM도 거의 나오지 않고 배우들 역시 언성 한번 올리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이렇기에 취향을 매우 타며 혹자는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확고히 아니라고 대답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겠다면 극장에 걸린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겠지요. 하지만 단 하나의 질문과 그 질문에 답하려 과거를 돌아보는 나를 발견하는 그 순간 이 영화의 가치는 남달라집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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