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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 - 책 <오해하지 않는 연습, 오해받지 않을 권리>

by BANSOOK 2020. 2. 18.

<오해하지 않는 연습, 오해받지 않을 권리>

저자: 김보광

출판사: 웨일북

출간: 2018.09

별점: ★★☆

 

누구나 가까운 친구, 혹은 연인이나 배우자, 또는 가족이 있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내가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그들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소중하지만 가깝고 친하기에 나 역시 그들을 함부로 대하기도 합니다. 다시는 안 볼 사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럴수도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나의 연인, 나의 배우자. 왜 우리는 서로를 힘들게 할까요? 

 

이 책은 저자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갈등과 치유의 과정들을 통해 갈등이 생기는 이유와 안전한 관계를 이루기 위한 방법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매우 공감가는 사례들과 어렵지 않은 심리학 지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책의 감상이나 소개보다는 책의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90%이상을 책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기질? 애착성향?>

책은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각자의 기질과 애착 성향이 다르고 이로 인한 충돌과 오해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유형에 따라 다른 형태의 방어기제를 나타내는데요. 먼저 기질에 대해 알아봅시다.

 

기질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사고와 행동의 바탕을 이루는 성질로 확대형과 축소형으로 나뉩니다. 

확대형 축소형
대범함, 거침없음, 호기심이 왕성함, 외향적 소심함, 예민함, 꼼꼼함, 조심성이 많음, 내성적

 

책에서는 확대형과 축소형의 차이를 보여주는 얘기를 하나 언급합니다.

 

풀숲이 부스럭거리자 사자인줄 알고 두 사슴은 몸을 숨깁니다.
이 때, 확대형 사슴은 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거립니다.
축소형 사슴은 자신의 몸을 숨긴 채 꼼짝하지 않습니다.
축소형 사슴은 생각합니다. "쟤는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거야? 가만히 좀 있지"

 

두 사슴 모두 자신의 방식을 선택했지만 기질에 따라 이렇게 다른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애착은 생애 초기 아이와 양육자 간의 상호작용에서 형성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말하고 애착 성향이란 이 애착을 드러내는 방법을 말합니다.

 

한가지 실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생후 12개월이 된 유아들을 대상으로 '낯선 상황'이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장난감이 있는 방 안으로 엄마와 아이가 들어간다.
2. 잠시 후 낯선 사람이 들어와 엄마와 얘기를 나누다가 엄마는 방을 나가고 아이는 낯선 사람과 방에 남겨진다.
3. 엄마가 돌아와 아이와 함께 있다가 다시 엄마가 나가고 낯선 사람도 따라 나가면 아이는 혼자 방에 남겨진다.
4. 10여 분 후, 엄마가 다시 돌아와 아이와 재회하는 것으로 실험은 종료된다.

이 실험에서 주목할 부분은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아이의 태도입니다.

 

  • 절반 이상의 아이들은 엄마가 돌아왔을 때 눈물을 보이고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갑니다. (안정애착)
  • 25퍼센트의 아이들은 엄마와의 신체 접촉을 적극적으로 회피하였습니다. (불안정애착)
  • 15퍼센트의 아이들은 엄마가 돌아왔어도 엄마를 때리거나 밀어내는 행위를 보였습니다(불안정애착)

아기성장보고서 - EBS 다큐멘터리

안정애착의 아이들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자신의 위로를 적극적으로 요구합니다. 하지만 불안정애착의 아이들은 엄마의 존재에 대해 저항하거나 회피하죠. 연구자들은 이러한 불안정 애착을 '회피형'과 '저항형'으로 이름붙였습니다. 

 

저항형은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한마디로 관종입니다. 관계를 중요시하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필요한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해서이지 이타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상대방을 '내게 뭔가를 줘야 할 사람'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받기 위해 상대방의 욕구에 맞춰 행동을 합니다. 그럼에도 상대방이 관심과 인정을 주지 않으면 분노하고 좌절하며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저항감을 드러냅니다. 저항형에게는 '너'만 있고 '나'는 없습니다. 즉, '너'에게 의존하는 '나'만 있지, '건강하게 독립된 나'가 없습니다.

회피형은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습니다. 친하게 지내기 보다는 잘 지내기를 원합니다. 그들에게 친밀함이란 '상실의 고통' 이고 '좌절의 기억'입니다. 기대하면 상처받을 것을 알기에 거리를 두고, 그가 자신을 버리기 전에, 먼저 버리고 싶어합니다. 쉽게 관계를 맺으려하지 않고 상대방의 존재를 거부하거나 회피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람과 관계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애착이 받아들여진 적이 없어 관계를 가지는 법을 이런 식으로 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거절당했던 상처가 이렇게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관계보다는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누구도 특별한 관계가 아니기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격의 없이 공정하게 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2가지의 기질과 2가지의 애착성향의 조합에 따라 인간의 성격을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요.

출처: 네이버 웨일북 포스트

쉽게 얘기하자면 애착성향은 어떤 상황에 대해서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사고와 감정의 체계를 말하고, 기질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리킨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항형은 관계를 원하고 회피형은 관계를 거부합니다. 확대형은 그런 자신의 성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축소형은 소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4가지 유형에 각 성별(남자와 여자)의 특징이 합쳐져 더 다양한 유형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인간을 이렇게 단순하게 4유형만으로 분류할 수는 없겠죠. 세부적으로 나누면 훨씬 다양한 유형이 나오겠지만 인간이라는 복잡한 개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유형보다 더 큰 상위 개념의 분류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 난 회피형적인 면도 있고 저항형적인 면도 있는데?' 라고 생각하시게 될 것입니다. 

맞습니다. 사람은 상황과 관계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친구들과 있을 때는 저항형이면서 가까운 사람과 있을 때는 회피형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자신이 어떨 때 어떠한 유형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 또한 관계 개선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웨일북 포스트

위 4유형중 어떤 유형이건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방식을 보이거나 요구하면 자아가 부정당하는 것으로 인식하기에 마음에 불안감이 생기고 불쾌하고 거부감이 듭니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표현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의 생각을 거부하고 마음을 의심하며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다음은 각 유형별 커플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축소 회피형과 확대 저항형 커플>

가장 일반적이고 흔한 커플 유형입니다. 사랑을 달라고 매달리는 사람과 그 사랑을 주기를 거부하는 유형이죠.

한 쪽은 늘 함께하고 싶고 한 쪽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서 외계인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축소 회피형의 모든 문제는 일단 근본적으로 피해 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받지 못한 애정을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것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 타인에게 요구하는 저항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 회피형의 태도에 저항형은 불만을 표출하지만 회피형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혼자서 분노한다고 책임을 돌립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행위'가 잘못일 수 있다는 걸 축소회피형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도 '아무 것도 하지않는 행위를 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관계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죠.
설사 조금 응한다해도 "나는 최선을 다했어" 라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기능적인 역할에 자기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 관계를 다하는 50퍼센트의 책임은 외면을 합니다.

축소 회피형도 삶이나 관계에 아무 의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드러냄으로써 불리할 때마다 이것을 방어막으로 내세우는 것이죠. 갈등상황을 만들지 않고 피하려는 것은 두려움도 있지만 관계를 책임지고 싶지 않은 회피형의 상처 때문입니다. 애초에 관계를 깊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저항형은 사랑받고 싶습니다. 상대방의 관심과 인정이 있어야만 '나'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독립되지 않은 아이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 회피형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축소 회피형과 확대 저항형 커플

좋은 관계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명제는 '상대방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저항형이 알아야 할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보다 상대방이 하려는 일을 지지해주는 일'이 더 가치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회피형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상처받을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저항형에게 자신이 줄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의사를 확실히 표현해야 합니다.

거절받은 저항형은 아쉬워하겠지만 아무 반응이 없는 것보다 거절한다는 의사를 보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습니다.

저항형이 참고 기다려주면 회피형은 저항항에게 다가갈 것이고 그것은 저항형의 욕구를 만족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믿음이 형성될 것입니다.


<축소저항형과 확대회피형 커플>

겉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방이 정말 원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진실을 알아버리면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 명은 기질적으로 한 명은 애착유형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거리를 둡니다.

축소 저항형은 축소형의 끈기, 집중력에 저항형의 불안감이 결합하여 자기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이들은 가진 자기중심적이며 자기감정에 몰두하고 자기애가 강합니다. 순수하고 따뜻하며 놀기를 좋아하지만 한편 영악하고 변덕스러운 유아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는 관철시키면서도 거절받는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영이란 방법을 선택합니다.

투영이란 쉽게 말하면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에게 덧씌우는 겁니다. 자신이 라면을 먹고 싶으면 라면을 끓인 뒤 '너가 먹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라고 합니다. 객관적 사실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상상력이 만든 대상을 '너'라고 바라보는 것이죠. 또 상대방에게 보이기를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상대방이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은 마치 그것이 본래 자기 생각이고 욕구인 양 착각합니다. 자신의 즐거움과 괴로움의 책임이 모두 상대방에게 있기에 타인에 의해 자신의 희로애락이 결정되니 결정권이 없는 그들은 스스로 기분 나쁜 상태를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애가 많지만 오히려 자신을 믿지 않는 것입니다.

 

확대회피형의 대표적인 특징은 자기주도성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뜻대로 하고 있는가'입니다. 관계보다는 주변에 관심이 많아서 호기심이 쉽게 일어나고 그것에서 재미를 추구합니다. 또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알았어"라고 대답한 것은 '네 의견이 어떤지는 알았으니 참고하마'라는 의미지, '너 때문에 내 주도권을 버리면서까지 배려하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타인'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이기에 고맙고 소중하지만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가 크지, 그 사람의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주변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 해도 괜찮습니다. 혼자 할 놀이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또한 확대 회피형은 자기인생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기를 원합니다. 그로 인해 과장과 허세가 생기며 실패에 대해서도 합리화하여 무마시킨다.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지만 그걸 견뎌내는 인내력은 취약해서 현실과 이상의 갭에 괴로워 합니다. 이러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수치심에서 기인하는데요, 그들에게 '성공하지 못함'은 곧 '버려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저항형이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안정감을 가지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피형은 자신이 하는 일, 역할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합니다.

 

축소저항형과 확대회피형 커플

축소저항형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고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라는 것을 기본전제로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읽는 것입니다. 가면을 벗어야 합니다.

확대회피형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존재를 받아들이려는 태도입니다. 상대방의 개입이 간섭이나 구속이 아닌 따뜻한 염려와 관심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싶고 안전한 관계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가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져도 그 때 새겨진 부정적 감정은 의식 밑바닥에 쌓이고 조건이 형성되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상처가 생겨난 곳은 '지금 싸우고 있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어린 시절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부정적 정서가 뿌리를 이룹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는 나를 돌봐주어야 할 존재이기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에게 문제가 없다면 그 문제는 결국 나에게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는 성장합니다. 부모에게서 받아야할 애정을 타인에게 갈구하거나 아예 그 애정을 거부하거나...

 

'부모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곧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된다

하지만 경험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경험은 기억 속에 그대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경험에서 발생한 부정적 감정이란 당시의 상황을 해석한 인식의 문제였기 때문에 현재의 관점에서 어떻게 재해석하는냐에 따라 새로운 감정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 새 테이프에 새 노래를 덮어씌워 녹음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그 상처는 여러분의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설령 상대방의 잘못으로 넘어졌다 하더라도 일어나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의 몫입니다. 누군가가 일으켜 세워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배우자라는 이름의 치료자>

이렇게 상처는 관계에서 생기기 때문에 치유 역시 관계에서 행해져야 합니다.

사람은 어린 시절 상장과정에서 충족되야할 욕구들이 좌절됨으로써 상처가 발생하고, 이 후 이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열망들이 생겨나지만 앞서 경험한 부정적 정서들로 인해 자신을 방어하는 체계로 무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처 치유를 통해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그 방어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작업과 그 작업을 함께 해줄 상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배우자입니다.

하지만 대게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을 연인이나 배우자로 맞이하게 됩니다. 기질도 다르고 애착 성향도 다릅니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내 마음도 알아주지 못하고 싸우기만 합니다. 치유는 커녕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기에도 바쁩니다. 왜 굳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와 달랐기에 끌렸을테고 그래서 함께 하기로 했는데 "저 사람은 어째서 저러냐"라고 비난하는 것은 자석의 N극과 S극을 붙여놓고 '왜 다르냐'라고 불평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하고 같으면 안 붙는다'라고 가정하면 편합니다. 다르니까 붙는 겁니다.

 

아마 당신이 배우자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배우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식들은 돌볼 수 있지만 배우자는 돌보지 못합니다. 아이는 사랑을 주고 돌봐야 할 존재로 인식되지만 배우자는 자신에게 사랑을 줘야 할 존재, 즉 부모와 같은 존재로 인식합니다. 본능적인 프로그램에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만 하지 가해자라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상처받은 것만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범인이 나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피해자들끼리만 남아서는 서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피해자만 있으니까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우리는 서로에게 가해자'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상대의 상처를 돌보지 못했음을 직시하고 인정하라는 것이지, 죄책감을 느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이 있고 사과를 해야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보호자이듯 자신 또한 상대를 지켜줄 보호자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감 있는 보호자일 때 우리는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발판이 생깁니다.

당신의 배우자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신뢰감 있는 관계=안정된 관계>

애착이 안정된 아이는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기 말을 들어줄지 안 들어줄지를 몰라 불안해하는 저항형과, 안 들어줄 수 있음을 미리 각오함으로써 거절당하는 고통을 무시하려는 회피형의 태도와는 다릅니다. 여기서 안정된 기대라는 것은 실제로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마느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안정된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안정된 애착은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내 역할'과 엄마의 보살핌을 잘 받는 '내 역할'이 동시에 고려되는 구조입니다. 엄마의 소홀함을 거절이라고 인식하여 상처받는 구조가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엄마의 입장'과 '나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상호 주관성을 받아들이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관계를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최적의 생존 전략입니다. '너'만 있고 '나'는 없는 저항형도, '나'만 있고 '너'는 없는 회피형이 아닌 '너'와 '나'가 함께 있는 안정된 애착의 이상적인 구조말입니다.

 

그로므로 안정된 애착이라는 말은 즉 '나는 혼자'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자가 있다'라는 신뢰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믿고 의지하고 받아줄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고, 의심하지 않아도 되며 상처받지 않고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존재로 인해 나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워낙 많은 분량이 회피형과 저항형에 대한 설명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잘못 받아들이면 사람을 자꾸 판단하게 됩니다. '저 사람은 저항형이어서 저렇구나', '저 사람은 역시 회피형이었어'라며 말입니다. 이는 마치 혈액형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론일 뿐입니다.

 

역시 당신은 회피형이었어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어떤 유형이냐라고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왜 저렇게 느끼는걸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또한,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고 왜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결국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을 이해라려는 마음은 내 감정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별개가 아닙니다.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하다보면 결국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사람과 안전한 관계를 만들어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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