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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온도는? - 책 <언어의 온도>

by BANSOOK 2020. 2. 1.

2017년을 휩쓴 베스트 셀러가 있습니다. 표지가 이쁘네요. 제목도 아주 좋습니다. 저자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출판계에서 오래 지낸 사람 같습니다.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온갖 미디어와 블로그에 쏟아지는 후기는 모두 칭찬일색입니다. 책을 좋아라 하는 사람이면 당연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래서 지인이 책을 선물해주겠다길래 저는 선뜻 <언어의 온도>를 읽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나의 온도는 차갑기만 했다

책을 선물받고 기쁜 마음으로 읽고 나서 지인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인의 소중한 돈을 이런데 쓰게 만들었다는 미안한 마음 말입니다. 아무런 감흥도 위로도 없었습니다. 멋드러지게 쓴 허세스러운 말이 난무하고 아무런 공감도 얻지를 못했습니다.  미디어에 넘쳐나는 온갖 호평과 별점 4~5개를 준 독자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좋은 분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만 이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제 주변 지인들 모두 저와 같은 반응을 하는 것을 보고 제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정도의 책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높은 독서 수준에 있어서 자랑스러워야 하는 것인지,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로 만든 출판업계의 마케팅을 한탄해야하는 것인지, 정말 이 정도의 책으로 위로를 받고 감동을 받고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람들의 감수성이 뛰어났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된 온도계가 필요하다

솔직한 심정으로 쓰다보니 혹평을 늘어놓게 되었네요. 이 책이 좋았다는 후기는 넘쳐나지만 혹평을 하는 글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호평들이 사람들의 진심이었는지 마케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좋은 평을 도저히 줄 수가 없었습니다. 머지 않아 저자의 후속작 <말의 품격>이라는 책이 또 출판되었습니다. <언어의 온도>를 그렇게 욕하면서 봤기에 <말의 품격>은 당연히 패스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이 역시 살짝 베스트셀러에 올라오는 것을 보고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에 서점에 비치된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하지만 반전없이 <말의 품격> 역시 <언어의 온도>에 버금가는 필력(?)을 보여주었고 다시는 이 작가의 책은 읽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저의 온도계가 고장난 것인지, 사람들의 온도계가 고장난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책을 따뜻한 온도로 도저히 바라볼 수가 없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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