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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마주할 수 있는가 - 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by BANSOOK 2020. 3. 11.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13년 7월

별점 : ★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책의 첫 문장-

쓰쿠루는 역을 건설하고 보수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30대 중반의 남성이다.

쓰쿠루는 선배의 소개로 만난 사라라는 여성과 바에서 술을 한잔 나누고 있다. 매력적인 여성이다.

쓰쿠루는 사라에게 그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고교 시절에 대해 털어놓는다

자신에게 색채가 없던 그 시절에 대해서

 

쓰쿠루와 그의 친구들은 자원봉사에서 만났다.

아오(파랑, 남자), 아카(빨강, 남자), 구로(검정, 여자), 시로(하양, 여자)

알고 보니 친구들의 이름에는 모두 색깔이 들어가는 글자가 있었고 쓰쿠루만 색깔이 없었다. 친구들은 그걸로 가끔 쓰쿠루를 놀리기도 했고 쓰쿠루에게도 자신만이 색채가 없다는 사실이 콤플렉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과 상관없이 그들은 금방 친해졌고 5명이서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았다. 가장 영혼이 충만하던 시절이었다.

 

쓰쿠루는 어릴 때부터 역을 좋아했기 때문에 역을 만드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쿄에 있는 대학을 가야 했고 친구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고향에 남기로 한 4명의 친구들을 뒤로하고 쓰쿠루는 도쿄로 떠난다. 하지만 친구들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혼자가 된 쓰쿠루가 외롭지 않도록 친구들은 신경을 써주었고 그런 친구들이 쓰쿠루는 고마웠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전화를 친구들이 모두 받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몇 날 며칠을 4명 중에 한 명도 통화가 되지 않는 것은 이상했다. 일부러 피한다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 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우리 그룹에서 나가줘. 우리는 다시는 너를 만나지 않겠어"

친구는 아무런 이유도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쓰쿠루를 내쫓았고 쓰쿠루는 알았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완벽한 친구들을 잃은 쓰쿠루는 그날 이후로 점점 죽어갔다.

 

사라는 지금이라도 친구들을 만나서 자신이 쫓겨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한다. 쓰쿠루는 자신을 죽음 가까이 몰고 갔던 과거와 친구들을 향해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이걸로 두 번째이지만 늘 비슷해 보인다. 이해하기 어려우며 허무하지만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 인물의 심상을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가 금기시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소설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비록 그 마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사람의 마음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쓰쿠루는 색채가 없다는 자신의 콤플렉스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던 것인지, 자신에게 색채가 없다는 사실이 그렇게 살게 만든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은 색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쓰쿠루가 사라에게서 친구들을 만나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를 마주하겠다고 결심한다. 영혼을 죽이고 겨우 현재를 살아가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과거의 상처를 마주한다는 결심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쓰쿠루는 친구들에게 거부당하기 이전과 이후의 자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과연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 동일인물인가? 나는 과거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시절이 나에게 있었던가? 나 역시 색채가 없는 인간은 아닐까?

순례를 떠난 그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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